6개월 쌓여있던 대형빌딩 속속 매각

시중에 100조원 넘는 부동자금이 넘쳐나자 뭉텅이 돈이 빌딩으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강남의 대형 프라임급 빌딩 가격은 업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유보금이 넘쳐나는 대기업들, 거액 자산가들이 투자하는 사모펀드 등 주로 두 종류 큰손이 가격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지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은 공급은 한정된 반면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이유다.

실제로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계약이 된 강남구 역삼동 ING타워는 테헤란로 주변에서 매물로 나온 마지막 특급빌딩으로 꼽혀 왔다. 국민연금에 팔린 충무로 극동빌딩도 마찬가지다. 대형 오피스가 부족한 인근 지역을 대표하는 매물로 분류돼 왔다.



16일 ING타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일부에선 ING타워 매수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빌딩처럼 확실하게 투자차익을 예상할 만한 초우량 빌딩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이 높은 가격을 써 내기는 했지만 경쟁자들도 가격에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3.3㎡당 1700만원을 호가하던 이 빌딩이 1950만원~2000만원까지 올랐다. 두 달 만에 15%가량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이제 강남에 대형빌딩은 데이콤빌딩 등 극소수만이 매물로 남아 있다. 데이콤빌딩엔 이미 대기업, 중견기업,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 22개 경쟁자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데이콤빌딩은 벤처집적시설로 벤처기업 연구실과 사무실이 몰려 있던 곳이다. 확실한 임대수익을 원하는 사모펀드 등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외에도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 유력한 중견기업들이 사옥으로 사용하겠다며 입찰에 들어온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빌딩 투자에 돈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염려가 높아지자 헤지 차원에서 돈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중견기업은 물론 개인투자자 큰손들도 이 때문에 중소형 빌딩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빌딩 중개업자는 "경기도 양주, 동탄, 포천 등지와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등 최근 토지보상으로 목돈이 생긴 투자자들의 빌딩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하루 1건 정도였지만 최근엔 하루 평균 4~5건은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외투자자들도 한국 빌딩 투자에 관심이 많아졌다.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지에서 직접 방문해 테헤란로 인근 중소형 빌딩 매입을 타진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중소형 빌딩 투자에 관한 거액 자산가들 문의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빌딩 가격이 상당히 높아져 좋은 물건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펀드는 어떨까.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임대형 부동산 펀드는 최근 6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3.5%(연환산 7~8%) 내외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공실률이 높아짐에 따라 수익률은 다소 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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